
징계양정 완전정리 | 같은 잘못인데 누구는 경고, 누구는 해고인 이유
안녕하세요. 루루맘입니다.
징계해고 시리즈 세 번째 편입니다. 1편에서는 징계해고의 전체 구조를, 2편에서는 징계사유 유형을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툼이 생기는 지점 중 하나인 징계양정을 다룹니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사유로 징계를 받았는데 한 명은 경고, 다른 한 명은 해고를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또는 무단결근 3일로 해고를 받았다면, 그 수위가 적정한 것일까요. 이처럼 '사유 자체는 인정되더라도 처분이 너무 과하지 않은가'를 다투는 것이 바로 징계양정의 문제입니다.
징계양정이란 무엇인가 — 재량이되 자의(恣意)는 아닙니다
징계양정이란 비위행위에 대해 어떤 종류와 수준의 징계를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경고·감봉·정직·해고 중 어느 처분을 내릴지를 정하는 과정입니다.
원칙적으로 어떤 처분을 할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법원은 일관되게 이 재량이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재량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합니다.
핵심 기준은 이것입니다. 징계사유와 징계처분 사이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보여지는 균형이 존재해야 합니다. 경미한 징계사유에 가혹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권리 남용으로 무효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인지를 어떻게 판단할까요. 법원은 직무의 특성,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해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재량권 남용으로 봅니다.
징계양정의 세 가지 원칙
① 상당성의 원칙 — 사유와 처분 사이에 비례가 있어야 한다
비위행위의 정도와 징계처분 사이에 상당성이 있어야 합니다. 연차휴가 2일 무단 사용에 정직 24일을 내린 것, 교통사고 경위서 지연 제출을 이유로 정직 2개월을 내린 것, 우발적 욕설 한 차례로 해고를 내린 것 등은 모두 상당성을 잃은 처분으로 법원이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② 형평성의 원칙 — 같은 비위에 다른 처분을 내리려면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비위행위에 대해 다른 직원은 경고나 정직을 받았는데 특정 직원에게만 해고를 내린 경우, 합리적 이유 없이 공평을 잃은 처분이 됩니다. 판례는 이를 평등의 원칙 위반으로 재량권 한계를 벗어난 처분이라고 봅니다.
다만 단순히 다른 직원들이 경한 징계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형평의 원칙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안의 동일·유사성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③ 최후수단의 원칙 — 해고는 가장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더 가벼운 징계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해고를 선택했다면 이는 징계권 남용입니다. 특히 징계해고는 최후수단의 원칙이 가장 엄격하게 적용되는 처분입니다. 경고나 정직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해고를 내린 경우 이 원칙 위반이 문제됩니다.
징계양정 시 고려하는 요소들 — 가중과 감경의 구조
징계양정의 적정성을 판단할 때 법원과 노동위원회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들입니다. 이것이 가중 또는 감경으로 작용합니다.
사용자 관련 요소
사업장의 목적과 성격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공공기관·금융기관·의료기관·운수업체 등에서는 일반 사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됩니다. 판례는 금융기관 직원의 소액 횡령이나 운수업체 기사의 운송수입금 착복을 일반 사기업의 유사 행위보다 엄격하게 봅니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양정기준표가 있다면 그 기준을 준수했는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근로자 관련 요소
직위와 직무가 고려됩니다. 비위가 발생한 업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경우, 일반 근로자보다 더 중한 책임이 요구됩니다. 인사·총무 부서장, 금융기관 지점장, 현장소장 등 관리자급에 대한 양정이 더 엄격하게 판단되는 이유입니다.
징계 전력과 개전의 정도 중요합니다. 과거에 유사한 사유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데 또다시 같은 비위를 저지른 경우 가중요소가 됩니다. 반대로 비위 후 진정성 있게 반성하고 피해를 배상하는 등 개전의 정이 보이면 감경요소가 됩니다.
행위 및 결과 관련 요소
비위행위의 동기가 고려됩니다. 개인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고의적 행위인지, 아니면 사용자의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행위인지에 따라 양정이 달라집니다. 판례는 부당전보에 항의하는 과정의 무단결근이나 상급자에 대한 폭언을 통상의 비위행위보다 완화해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계획성과 고의성도 가중요소가 됩니다. 반면 우발적이고 일회적인 행위는 감경요소입니다. 반복성과 상습성은 가중요소입니다. 같은 비위를 수차례 반복한 경우,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경우 징계가 무거워집니다.
피해회복 여부도 고려됩니다. 사용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거나 원상회복을 한 경우 감경요소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를 배상했더라도 비위 자체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보면 징계양정 쪽에서 다툴 여지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징계사유는 인정되더라도 처분 수위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해고 자체가 취소된 사건이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위행위가 경미한데 과거 징계전력이나 다른 사유를 무리하게 끼워 넣어 해고까지 간 경우, 또는 유사한 행위를 한 동료들 처분과 현저히 달리 처리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공무원 신분의 징계처분인 파면·해임과 민간 기업 징계해고의 차이, 그리고 각 처분이 퇴직금·연금 등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글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 파면과 해임, 뭐가 다를까? 공무원 중징계의 결정적 차이 한 번에 정리
복수의 징계사유가 있는 경우 — 합산해서 판단합니다
근로자에게 여러 가지 비위사실이 있을 때, 각각의 사유만 따로 볼 것이 아니라 전체 사유를 종합해서 징계양정을 판단합니다. 사유 하나하나로는 해고에 이를 정도가 아닐 수 있어도, 복수의 사유가 합쳐지면 해고가 정당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인정되는 사유만으로 해고가 정당한지를 다시 따져야 합니다.
징계양정 관련 판례에서 보이는 패턴
법원이 징계권 남용으로 부당하다고 보는 공통적인 패턴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경미한 1회성 비위에 최고 처분인 해고를 내린 경우, 산술적·형식적으로 무단결근 일수만을 계산해 해고를 결정한 경우, 사용자 측의 부당한 처우가 비위행위의 원인이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경우, 다른 직원에게는 적용하지 않던 엄격한 기준을 특정 직원에게만 적용한 경우, 장기근속·표창 등 유리한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법원이 해고를 정당하다고 보는 패턴은 고의적·계획적 비위, 유사 비위로 이미 징계를 받고도 재발, 직책상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됨에도 비위행위, 비위가 반복·계속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공공성이 강한 업종에서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행위 등입니다.
정리하며 — 다음 편 예고
징계해고의 정당성 요건 중 사유·양정 두 가지를 살펴봤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마지막 요건인 징계절차를 다룹니다. 소명 기회 부여, 사전통지, 징계위원회 구성, 서면 통지까지 절차 하나가 빠졌을 때 해고 전체가 무효가 되는 구조를 정리합니다.
절차 위반으로 해고가 뒤집히는 사례가 실무에서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사유와 양정이 모두 문제없다고 판단된 사건에서도 절차 하자 하나로 전부 무효 처리된 경우를 여럿 봤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내용이니 꼭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