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적분할로 신설법인 발령받았다면 — 동의 없는 전적이 부당한 이유
안녕하세요, 루루맘입니다.
최근 기업 구조조정이나 사업 재편 과정에서 회사가 특정 사업부문을 분리해 새 법인을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때 해당 사업부에 소속된 직원들은 별다른 설명도, 동의도 없이 신설법인으로 발령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분할되면 당연히 따라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실무에서 이 질문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분할에 따른 근로관계 승계는 정해진 절차를 갖춰야만 유효하고, 그 절차가 없으면 부당전적으로 판정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실제 판정례를 바탕으로, 물적분할과 전적의 관계 그리고 근로자가 알아야 할 핵심 기준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물적분할이란 무엇인가
물적분할은 회사가 특정 사업부문을 분리해 새 법인(신설회사)을 만들되, 그 신설회사의 주식 전부를 분할하는 원래 회사가 보유하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하면, A회사가 자신의 사업 일부를 떼어 B회사를 만들고, B회사의 주인은 A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회사가 하나 더 생겼지만, 실질적으로는 A회사가 B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는 형태입니다.
이 과정에서 분할대상 사업부에 근무하던 직원들은 어떻게 될까요. 상법은 분할로 설립되는 신설회사가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의무를 분할계획서에 정한 바에 따라 승계한다고 규정합니다(상법 제530조의10). 근로관계도 이 승계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근로관계 승계와 근로자 동의 — 왜 충돌하는가
회사 입장에서는 "법에 따라 자동으로 승계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분할계획서에 "신설회사는 분할기일 현재 분할대상부문에서 근무하는 모든 종업원의 고용 및 법률관계를 승계한다"는 조항을 넣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자기결정권, 강제근로 금지, 부당해고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회사분할에 따른 근로관계 승계는 근로자의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1두4282 판결).
달리 말하면, 회사가 분할계획서에 아무리 "당연승계"라고 써놓아도, 근로자에게 분할 배경·목적·승계 범위·신설회사 개요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그 승계는 절차적으로 정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적(轉籍)이란 무엇이고, 왜 동의가 필요한가
전적은 근로자를 원래 소속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옮기는 인사조치입니다.
전보나 전근이 동일한 사용자 내에서의 이동인 것과 달리, 전적은 기존 회사와의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하고 새 회사와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동일 기업 내 인사이동과는 법적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적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효력이 생긴다고 일관되게 판시합니다(대법원 1993. 1. 26. 선고 92누8200 판결 등).
물적분할로 신설법인이 생기고 근로자가 그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전적입니다. 근로계약 상대방이 원래 회사에서 신설법인으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입니다. "회사분할은 전적과 다르다", "당연승계니까 동의 필요 없다"는 회사 측 논리에 설득당해 아무 말도 못 하고 신설법인에 합류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절차적 정당성을 엄격하게 봅니다.
고용승계 거부권 — 언제 인정되는가
근로관계 승계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거부권)는 제한적으로 인정됩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회사가 주주총회 승인 전에 미리 근로자들에게 분할 배경·목적·시기, 승계 범위, 신설회사 개요 등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쳤다면, 그 승계되는 근로관계는 해당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라도 신설회사에 승계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회사의 분할이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근로관계 승계를 통지받거나 알게 된 때부터 사회통념상 상당한 기간 내에 반대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승계를 거부하고 원래 회사에 잔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거부권 행사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을 부여하지 않은 경우, 이는 근로자의 자기의사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무효이고, 그 기간은 사회통념상 거부권 행사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까지 연장된다고 보아야 합니다(서울행정법원 2007구합45583 판결, 대법원 2009두9796 판결로 확정).
이번 판정의 핵심 — 사유는 인정, 절차는 부정
이번 판정에서 다뤄진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사실관계 요약
한 제조업체 직원이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중 귀임을 앞둔 시점에 회사가 물적분할을 결정했습니다. 이 직원은 귀국하는 날 발포제 관련 사업부로 전보 발령을 받았고, 다음 날 회사가 분할되면서 신설법인으로 전적 처리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회사는 이 직원에게 물적분할 사실을 사전에 설명하거나 협의한 적이 없었습니다.
해외에 있는 동안 수차례 복귀 부서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지만 회사는 이를 묵살했고, 분할 기일 전날 전보 발령이 났으며, 분할 다음 날에야 전적 승인이 이루어졌습니다.
노동위원회의 판단
노동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 전적의 사유: 회사의 물적분할이 인정되고, 전적 처분의 사유가 위법하다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전적의 사유는 인정한다.
- 전적의 절차: 그러나 전적은 기존 회사와의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하고 신설법인과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사건에서 협의·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 결론: 전적의 절차가 정당하지 않으므로 부당전적을 인정한다.
| 판단 항목 | 결론 |
| 전적의 사유 | 인정 (물적분할 자체는 정당) |
| 전적의 절차 | 부정 (협의·동의 없음) |
| 최종 결론 | 부당전적 인정 |
이 판정이 보여주는 핵심은 명확합니다. 이유가 정당해도 절차가 없으면 부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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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 전보, 전출의 법적 차이와 각각의 동의 요건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글도 함께 참고하세요.
👉 근로자 동의 없는 전적은 원칙 무효 — 인사명령 체계에서 본 전적·전출·전보 차이와 구제 포인트
사용자가 주장하는 논리와 그에 대한 반박
회사 측은 대개 이런 논리를 폅니다.
"4대 보험이 신설법인에서 새로 취득됐고, 연봉도 유지됐으니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연봉이 유지됐다는 사실이 절차적 정당성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근로자가 동의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면, 결과가 좋아 보여도 절차 자체가 무효입니다.
"분할대상 사업부에 귀임 발령을 내면서 사전에 고지했다."
그러나 귀임 발령서에 귀임 부서가 기재돼 있다는 사실이 물적분할에 따른 전적에 대한 동의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회사 방침에 따르겠다는 일반적 협조 의사와, 신설법인으로의 전적에 대한 구체적 동의는 다른 것입니다.
실무 포인트 — 이런 상황이라면 확인하세요
회사로부터 물적분할 관련 발령이나 통보를 받았다면 아래 사항을 확인하십시오.
① 사전 설명 절차가 있었는가 주주총회 승인 전에 분할 배경·목적·시기·승계 범위 등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가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부서장의 구두 전달 수준은 절차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② 협의 기회가 보장됐는가 근로자가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한 충분한 기간이 주어졌는지가 중요합니다. 분할 기일 직전 또는 당일 통보는 거부 기회 자체를 박탈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③ 동의의 내용이 무엇인가 "회사 방침에 따르겠다"는 의사표시가 있었다 해도, 이것이 신설법인으로의 전적에 대한 동의로 해석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동의의 대상과 범위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④ 반대 의사는 언제까지 표시해야 하는가 승계 사실을 안 날로부터 사회통념상 상당한 기간 내에 반대 의사를 표시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알게 된 직후 서면·이메일 등으로 이의 의사를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
물적분할 상황에서 근로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회사분할에 따른 전적은 절차적 정당성이 없으면 부당전적으로 판정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전적의 사유가 인정된다고 해도 절차가 없으면 부당합니다. 사유와 절차는 별개로 판단됩니다.
셋째, 승계 사실을 알게 된 시점부터 사회통념상 상당한 기간 내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거부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지체하면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회사가 분할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디로 가게 되는 건지" 묻기 전에 "내 동의가 필요한 절차인지"를 먼저 확인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