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라이더·택배기사가 최저임금 바깥에 있는 이유— 도급제 근로자 구조와 2027년 최저임금 논의 완전 정리
안녕하세요, 루루맘입니다.
"몇 달째 수수료가 일방적으로 깎이는데, 임금체불 신고가 안 된다고요?"
실무에서 이런 상황을 접할 때마다 당사자의 황당함이 느껴집니다. 수수료가 깎인 것도 억울한데, 신고조차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으면 더 막막해지죠. 그런데 이게 현행법상 맞는 말입니다. 배달라이더나 택배기사는 지금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의 보호 바깥에 있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구조가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이 바뀌려 하는지 법리부터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핵심 구조부터: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에게만 적용됩니다
최저임금법 제2조는 적용 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란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입니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문제는 배달라이더나 택배기사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플랫폼과 도급 계약 또는 위탁 계약을 체결합니다. 법적으로 '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임금을 받는 게 아니라 '수수료'를 받는 구조입니다.
결과적으로:
- 수수료가 깎여도 임금체불 신고 불가
- 일방적으로 계약이 끊겨도 부당해고 구제신청 불가
- 하루 12시간 일해도 연장근로수당 청구 불가
- 최저임금 이하로 일해도 최저임금법 위반 신고 불가
이것이 현행 구조입니다.
그러면 이들은 아무런 보호도 못 받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는 속도는 느리지만, 일부 영역에서는 특례가 만들어졌습니다.
산재보험은 2022년 7월부터 플랫폼 종사자 전반으로 적용이 확대됐습니다. 전속성 요건(한 곳에서만 일해야 한다는 조건)이 폐지되면서, 배달라이더가 배달 중 다치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용보험도 2021년부터 특수고용 종사자에게 단계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최저임금과 임금채권 보호는 여전히 사각지대입니다. 이 두 가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전제로 하는 제도이고, 별도 특례가 없습니다. 산재·고용보험처럼 적용 대상을 따로 넓힌 규정이 없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보면 이 차이를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산재는 되는데 왜 임금체불은 신고가 안 되냐"는 질문이 그래서 나옵니다. 적용 근거가 되는 법이 다르고, 확대 여부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왜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로 분류되나요?
이 부분이 핵심 법리입니다. 판례는 근로자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종속관계를 핵심 기준으로 삼습니다. 단순히 계약서에 뭐라고 적혀 있느냐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하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집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요소들이 검토됩니다:
- 업무 수행 방식·시간·절차를 플랫폼이 실질적으로 지시하는지
- 특정 플랫폼에 사실상 종속되어 다른 일감을 자유롭게 선택하기 어려운지 (전속성)
- 받는 보수가 성과 수수료인지, 실질적으로 임금에 가까운 정기적 대가인지
- 장비·비품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문제는 배달라이더처럼 알고리즘으로 통제되는 플랫폼 노동은 이 기준을 적용하기 애매하다는 점입니다. 배차 수락 여부를 본인이 결정하지만, 수락률이 낮으면 불이익을 받습니다. 겉으로는 자율적이지만 실질은 통제받고 있는 구조입니다.
최근 판례 흐름은 이 점을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법원은 2024년, 대리운전기사에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여러 협력업체로부터 콜을 받았다는 사정이 있었음에도 인정된 것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범위를 넓게 본 판결입니다. 다만 이것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과는 별개입니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범위가 더 넓게 인정된다는 점은 실무에서 중요한 구분입니다.
지금 무슨 논의가 벌어지고 있나요?
2026년 6월 4일,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가 열립니다.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바로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별도 적용 여부입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 심의요청서에 이렇게 명시했습니다. "최저임금을 시간·일·주·월 단위로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도급제(또는 유사 형태) 임금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따로 정할지 여부를 검토해달라"고요.
노동계는 수년 전부터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올해는 장관의 공식 요청이 심의요청서에 명시된 만큼 본격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실태조사 연구용역 결과도 공개될 예정이어서, 이를 근거로 노사 간 구체적인 공방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영계에서는 업종별 구분 적용 문제도 함께 논의하자는 입장입니다. 업종별 차등 최저임금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첫 시행 때 한 차례 도입됐다가 1989년부터 단일 체계로 전환된 이후 유지되고 있는데, 경영계는 이를 다시 꺼내들고 있습니다.
이 논의가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히 금액을 얼마로 할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급제 근로자에게 별도 최저임금이 설정된다면, 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도 최저임금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기는 것입니다. 제도 구조 자체를 바꾸는 논의입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플랫폼 종사자라면:
- 지금 당장 임금체불 신고나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원칙적으로 불가합니다
- 다만 근로자성 다툼은 가능합니다. 실질적으로 사용종속관계가 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고, 이 경우 모든 보호 규정이 적용됩니다
- 알고리즘 통제, 전속성, 수락률 불이익 여부 등 사용종속관계 입증 요소를 미리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플랫폼 기업 HR 담당자라면:
- 도급·위탁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실질이 근로자성 인정 요건에 해당하면 사용자 책임이 발생합니다
- 최저임금위 논의 결과에 따라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의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올해 심의 동향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저임금 심의는 통상 7월 초까지 이어집니다. 도급제 적용 논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수백만 플랫폼 종사자의 법적 지위에 실질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시점입니다.
관련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 최저임금법에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공인노무사가 작성했습니다. 루루맘 소개 및 자격 사항은 About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