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갱신기대권과 무기계약 전환기대권 — 비슷해 보이지만 다릅니다
안녕하세요, 루루맘입니다.
기간제 근로계약 상담을 하다 보면, 갱신기대권과 무기계약 전환기대권을 혼동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두 개념 모두 "기간제 계약이 끝날 때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 없다"는 보호 법리라는 점은 같습니다. 그런데 적용 국면이 다르고, 요건도 미묘하게 다릅니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소속 기간제 근로자들이 "정부 지침이 있으니 당연히 전환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볼 때, 이 두 개념의 차이를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답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무기계약 전환기대권이 무엇인지, 갱신기대권과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인정되고 어떤 경우에 부정되는지를 판례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무기계약 전환기대권이란
대법원은 2016년 처음으로 무기계약 전환기대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핵심 판시는 이렇습니다.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제근로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 인사평가 등을 거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무기계약 전환을 거절하며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해도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
즉, 기존 갱신기대권 법리를 '갱신'에서 '무기계약 전환'으로 확장한 것입니다.
갱신기대권과 무기계약 전환기대권 — 무엇이 다른가
두 개념은 구조가 같습니다. 근거규정이 있거나, 없더라도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면 인정됩니다.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하면 부당해고와 동일하게 봅니다.
차이는 보호하는 기대의 내용에 있습니다.
갱신기대권은 현재의 기간제 계약이 동일한 조건으로 갱신될 것에 대한 기대를 보호합니다. 기간제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무기계약 전환기대권은 기간제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것에 대한 기대를 보호합니다. 고용 형태 자체가 바뀌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두 기대권은 별개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해서 무기계약 전환기대권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무기계약 전환기대권이 인정되려면 '전환'에 대한 별도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무기계약 전환기대권 인정 요건
갱신기대권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유형 1 — 전환 근거규정이 있는 경우
채용공고,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계약기간 만료 무렵 인사평가 등을 거쳐 일정 요건 충족 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내용이 있는 경우입니다. 전환 시기, 요건, 절차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을수록 인정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형 2 —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체결 경위, 무기계약 전환에 관한 요건·절차의 설정 여부와 실태, 수행 업무의 내용 등을 종합해 신뢰관계가 인정되면 됩니다.
정부 지침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소속 기간제 근로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입니다. "2017년 정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그걸로 전환기대권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부 지침 자체만으로는 전환기대권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공공기관마다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전환 여부와 기준을 결정하도록 권고하는 행정 내부의 정책적 지침에 불과하고, 사용자와 근로자를 직접 구속하거나 전환기대권을 곧바로 형성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와 구분되는 독립된 법인입니다. 국가나 광역자치단체가 정규직 전환 관련 공적 견해를 표명했더라도, 그 자체가 해당 기간제 근로자와 실제 계약을 체결한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전환기대권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정부 지침 + 내부 절차 시행 → 전환기대권 인정
다만 정부 지침이 있고, 여기에 더해 해당 기관이 내부적으로 전환 절차를 실제로 만들고 시행한 경우라면 달라집니다.
실제로 이런 사안이 있었습니다. 정부 지침에 따라 공공기관이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4회에 걸친 심의 끝에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를 대상으로 제한경쟁 채용시험을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시행계획을 공고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해당 근로자에게 채용시험에 합격하는 등 요건이 충족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정부 지침 자체가 아니라, 그 지침을 이행하기 위해 내부 규정이 만들어지고 구체적인 전환 절차가 실제로 시행된 것이 인정의 근거가 된 것입니다.
아나운서 사건 — 채용공고·계약서·발언이 결합된 경우
방송사 아나운서 사건도 중요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의 판단 구조를 보면 무기계약 전환기대권이 어떻게 성립하는지 잘 보입니다.
방송사가 2016년과 2017년에 계약기간 1년으로 아나운서를 신규 채용했는데, 채용공고에 "향후 평가 등 내부 기준에 따라 고용 형태 변경 가능"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그리고 방송사 사장에게 직원 채용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권한이 있는 아나운서국장이 해당 아나운서들에게 정규직 전환과 근로계약 갱신을 언급해 상당한 신뢰를 가지게 했습니다. 실제로 2016년 입사자 6명 전원과 재계약을 체결한 사실도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 2016년 입사자들에게는 정규직 전환에 대한, 2017년 입사자들에게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각각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채용공고의 문구 하나, 재계약 관행, 상급자의 언동 — 이것들이 결합되면 전환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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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대권에서 사용자의 재량은 더 넓다
무기계약 전환기대권이 인정되더라도, 전환 거절의 합리적 이유를 판단할 때 사용자에게 단순 갱신보다 더 넓은 재량이 인정됩니다.
기간제 계약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근로자와의 근로관계에서 질적으로 큰 차이를 만드는 일입니다. 따라서 전환 기준을 정하는 데 있어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권이 인정됩니다. 평가항목과 평가방법에 추상성이 있거나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반영되는 것도 어느 정도 용인됩니다.
다만 이 재량도 한계가 있습니다. 전환 기준을 자의적으로 운용하거나, 인사위원회 등 규정된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평가 결과를 통보하지 않고 이의신청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중대한 절차 위반으로 전환 거절이 무효가 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포인트
무기계약 전환기대권 사건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내부 결재문서에 1년 후 정규직 전환 검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채용 면접 때 팀장이 잘 하면 정규직 된다고 했다" — 이런 사정들을 전환기대권의 근거로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내부 결재문서나 면접 시 발언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사용자의 내부 의사결정이거나 가능성을 언급한 원론적 내용에 불과하다면 전환기대권을 확약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근로자에게 정규직 전환을 구체적으로 확약하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반대로 채용공고의 문구, 재계약 전례, 인사규정상 전환 절차 — 이 세 가지가 함께 갖춰져 있을 때 전환기대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갱신기대권과 무기계약 전환기대권, 비슷해 보이지만 보호하는 내용이 다르고 인정 요건도 세밀하게 따집니다. 특히 정부 지침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전환기대권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 — 지침을 이행하기 위한 내부 절차가 실제로 만들어지고 시행됐는지가 관건이라는 점 — 을 꼭 기억해 두세요.
다음 글에서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된 이후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평가의 객관성·공정성 기준과 입증책임 문제를 정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