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 구두 해고가 부당해고가 되는 이유, 판정서로 완전 정리
안녕하세요. 루루맘입니다.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퇴근 시간에 불려가서 이 말 한 마디를 들었다면, 그게 해고가 맞는 건지, 억울하게 참아야 하는 건지 막막하실 겁니다. 실무에서 보면, 이렇게 구두로 해고 통보를 받고 나서 "근데 이게 진짜 해고인 건지 모르겠어서요"라며 상담을 오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사용자 쪽에서도 "법을 잘 몰랐다"는 말이 어느 정도 통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경우가 있고요.
이번에 소개할 사건은 그 두 가지 궁금증에 모두 명확한 답을 주는 판정입니다. 사용자가 구두로 해고 통보를 한 것이 부당해고로 인정된 사례입니다.
사건 개요 —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는 말 한 마디
근로자는 음식점에서 음료 제조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입사한 지 약 2개월 반이 지난 시점에, 사용자 측으로부터 퇴근 무렵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습니다.
사용자는 심문회의에서 해고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경영상 어려움, 현재는 남자 직원이 필요하다는 사정, 근로자의 공무원 시험 준비 상황 등을 이유로 들었다고 했습니다.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것도 인정했는데, 그 이유가 "법을 잘 몰라서"였습니다.
근로자는 해고 통보를 받은 지 8일 만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해고로 인정했습니다.
한 가지 사실관계를 더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는 해고 전에 한 차례 '퇴사 후 복직' 경위가 있었습니다. 9월 초에 매니저로부터 "앞으로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은 뒤 며칠간 출근하지 않았다가, 이후 다시 복직했습니다. 사용자 측은 이를 자진퇴사로 보았고, 근로자 측은 해고 또는 권유에 의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노동위원회는 이 9월 초 경위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고, 9월 18일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는 해고 통보만을 이 사건 해고로 확정했습니다.
쟁점 1 — 해고가 존재하는가
노동위원회는 해고의 개념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와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가 해고입니다(대법원 2010다92148 판결 참조).
이 기준에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명칭'이 아닐 것, 그리고 '근로자의 의사에 반할 것'. 사직서를 받았더라도 강요에 의한 것이라면 해고로 볼 수 있고, "권고"라는 이름을 붙였더라도 사실상 일방적 통보라면 해고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해고 존부를 두고 복잡한 다툼이 없었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구두로 해고를 통보했다"고 심문회의에서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쟁점은 즉시 다음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해고가 정당한가'로.
쟁점 2 — 서면통지 없는 해고는 왜 무조건 부당해고인가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효력 규정입니다. 서면통지가 없으면 해고 자체가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조문 자체가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못 박고 있기 때문에, 해고 사유의 정당성을 따질 필요도 없이 절차 위반만으로 부당해고 판단이 내려집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가 해고에 신중을 기하게 하고, 해고의 존부와 시기·사유를 명확히 해서 이후 분쟁이 적정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며, 근로자가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요(대법원 2015두41401 판결 참조). 그래서 서면통지를 할 때는 근로자가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도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사용자는 심문회의에서 "법을 잘 몰라서 서면통지를 못 했다"고 했습니다. 노동위원회 판정은 이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선의나 악의, 인식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효력 규정이기 때문입니다.
👉 징계해고 완전정복 — 사유·절차·양정부터 시효·재징계까지, 시리즈 전체 목차
실무 포인트 — 수습기간 90% 임금 약정과 최저임금법
이 사건에는 실무적으로 주목할 쟁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근로계약서에 수습기간 중 임금을 90%만 지급할 수 있다는 약정이 있었습니다.
노동위원회는 금전보상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이 약정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습니다.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최저임금법은 수습 기간 중 감액 지급을 허용하고 있지만, 그 요건이 엄격합니다. 1년 이상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수습을 시작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여야 하며, 최저임금의 90% 이상이어야 합니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보면 근로기간이 3개월 단위로 설정되어 있었는데, 1년 이상 계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노동위원회는 약정 임금 전액을 기준으로 금전보상액을 산정했습니다. 수습기간 중 감액을 약정했더라도, 그 약정이 최저임금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감액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실무적으로 확인해주는 부분입니다.
실무에서 보면, 수습기간 90% 지급 약정을 당연한 것처럼 넣는 사업장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감액이 적법하려면 1년 이상 계약, 수습 3개월 이내, 최저임금의 90% 이상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단기 계약을 반복하거나, 프랜차이즈처럼 계약 갱신을 전제로 운영하는 사업장에서는 이 요건이 생각보다 쉽게 어긋납니다.
금전보상명령 — 원직복직 대신 임금상당액으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3항은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가 해고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근로자는 원직복직 대신 금전보상을 선택했습니다. 노동위원회는 해고일부터 근로계약 종료일까지의 임금상당액을 기준으로 금전보상명령액을 산정했는데, 해고 시점이 계약 종료일에서 불과 13일 앞이었기 때문에 산정 기간이 짧았습니다. 1일 평균임금에 13일을 곱한 금액이 최종 보상액으로 결정됐습니다.
금전보상명령 신청 시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이 근로자는 구제신청 후 약 6주가 지난 시점에 금전보상명령신청서를 별도로 제출했습니다. 원직복직 신청으로 구제절차를 시작한 뒤 심문기일 전에 금전보상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처럼 심문기일 전까지는 신청 방향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 사직·해고·직권면직 완전 정리 — 근로계약 종료 시리즈 전체 목차
실무적 시사점 —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근로자 관점에서: 구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면 즉시 구제신청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서면통지 없는 해고는 절차 위반만으로 부당해고가 됩니다. 구제신청 기간은 해고일로부터 3개월이고, 이 기간을 놓치면 구제받을 수 없습니다. 이 사건처럼 해고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8일 만에 신청한 것은 매우 빠른 편입니다.
사용자 관점에서: "법을 몰랐다"는 항변은 서면통지 의무 위반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해고를 결정했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서면을 준비하고, 이를 근로자에게 교부하거나 도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구두 통보나 카카오톡 메시지는 서면통지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서면통지에서 자주 나오는 실수: 서면을 작성하더라도 해고사유가 너무 추상적이면 서면통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근태 불량"이라는 한 줄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떤 날짜에 어떤 행위가 있었고 어떤 취업규칙 조항에 해당하는지가 기재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당연퇴직·직권면직 통보받았나요 — 그것도 해고입니다
👉 채용내정 취소와 시용 본채용 거부 — 해약권 유보 근로계약의 핵심 기준 + 실무 체크리스트
정리하면
이 사건이 보여주는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해고는 명칭이나 절차가 아니라 실질로 판단합니다. "그만 나와라", "나오지 마라", "더 이상 출근 안 해도 된다" — 표현 방식과 무관하게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일방적 근로관계 종료라면 해고입니다.
둘째, 서면통지 의무는 해고 사유의 정당성과 별개로 작동합니다.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서면통지 없이 해고하면 부당해고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서면통지가 있다고 해서 정당한 해고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서면통지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셋째, 수습기간 중 감액 약정은 요건을 갖춰야 유효합니다. 1년 이상 계약, 수습 3개월 이내, 최저임금 90% 이상 —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7조 전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부당해고 구제신청 — 노동위원회 홈페이지 온라인 이용방법
이 글은 공인노무사가 작성했습니다. 루루맘은 공인노무사 자격 보유자가 운영합니다.
👉 루루맘 About 페이지 — 공인노무사가 알려주는 노동법 실무 가이드